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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002 <건지 감자껍질 파이 북클럽> 책이 나를 찾아오는 순간 본문
건지 감자껍질 파이 북클럽
메리 앤 섀퍼 , 애니 배로스 저자(글) · 신선해 번역
<건지 감자껍질 파이 북클럽>에 대해 포스팅을 할지 말지 고민했었다. 이 블로그에는 주로 개발에 관련된 내용을 작성했고 책에 대한 포스트가 있다 해도 책의 장르가 대부분 코딩테스트 같은 실용서 혹은 자기계발서였기 때문이다. 근데 어차피 내 블로그이고 내게 큰 영향을 준 책이기도 한데 못 쓸 이유가 있나, Why Not? 이라는 생각이 들어 작성해본다.
<건지 감자껍질 파이 북클럽>를 처음 읽었던 건 2010년, 고등학교 3학년이 되던 해였다. 알라딘에서 신간 추천으로 보았고 자연스럽게 손이 갔다. 나는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좋아하고 서간체 소설을 선호한다. 편지는 한 사람의 목소리로만 채워지는 글이라 마치 그 사람의 생각을 직접 듣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릴 적부터 교환일기나 손으로 쓴 편지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요즘은 모든 것이 빠른 속도로 전달되다 보니 깊은 생각을 정리해서 나누는 일이 줄어들었다. 그래서인지 편지를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이 소설의 형식이 더욱 애틋하고 따뜻하게 다가왔다.
줄거리
이 책의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1946년 영국 런던과 건지 섬이다.
줄리엣 애슈턴은 전쟁 중에는 선전물을 집필하며 글을 써왔지만, 전후에는 더 이상 그런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새로운 글을 구상하던 그녀에게 건지 섬에 사는 도시 애덤스라는 남자로부터 편지 한 통이 온다.
"찰스 램의 책을 갖고 있는데, 그의 다른 글을 구할 방법이 있을까요?"
"독일군 점령기 동안 우리 북클럽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아시나요?"
이 편지를 계기로 줄리엣은 '건지 감자껍질 파이 북클럽' 이라는 독서 모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북클럽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점점 이들과 가까워지고, 결국 건지 섬을 직접 방문하게 된다.
이 책이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책과 편지를 통해 연결되는 사람들, 그리고 전쟁의 흔적 속에서도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깊이 빠져들었다.
과거의 나를 만나다
<건지 감자껍질 파이 북클럽>은 나를 다시 독서로 돌아오게 해주는 책이었다. 다른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때 이 책은 늘 예외였다. 언제나 이 책만큼은 쉽게 읽히고, 자연스럽게 빠져들었다.
이 책을 펼쳐보니 첫장에 2018년의 내가 2010년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가 적혀있었다.
📜 2018년, 공시생이던 나
"8년 전의 지원아 안녕? 2010년, 그때 고3 수험생이었는데 2018, 27살이 된 지금도 공무원 수험생으로 만나는구나. 다음 8년은 어떤 모습으로 만날까? 8년 전의 순수함과 네 본연의 모습을 잊지마렴. 나에게 좋은 추억을 가져다 준 책. <건지 감자껍질 파이 북클럽> 고마워."
오늘의 나도 2018년의 나에게 편지를 써주었다.
📜 2025년
"7년 전의 지원아, 안녕! 지금은 2025년이야. 그 때도 아마 책이 눈에 안 들어와서 이 책을 찾지 않았을까 싶네.
나는 공무원 수험생활을 접고 개발자의 길에 들어선 지 이제 5년이 되었단다. 세상 밖에서 열심히 부딪히며 노력 중이야. 그래도 15년 전의 순수함과 내 본연의 모습을 잊지 않으려 하지. 최근에 그 소중함을 다시 까먹을 뻔했거든.
ps. 언젠가 다시 볼 미래의 나에게
넌 늘 잘하고 있으니 계속 네가 원하는 길을 향해 걸어가렴. 과거의 내가 미래의 나를 응원할게."
이 책은 그저 한 권의 소설이 아니라, 내가 삶에서 길을 잃을 때마다 다시 찾게 되는 책이었다. 나는 책을 펼칠 때마다 과거의 나와 마주했다.
이렇게 책은 나를 찾아오고 나는 다시 그 책을 찾는다.
책을 통해 이어지는 인연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몇 번이고 필사했던 구절들이 있다.
"제 책이 어쩌다 건지 섬까지 갔을까요?
아마도 책들은 저마다 일종의 은밀한 귀소본능이 있어서 자기한테 어울리는 독자를 찾아가는 모양이에요."
"I wonder how the book got to Guernsey?
Perhaps there is some secret sort of homing instinct in books that brings them to their perfect readers. How delightful if that were true."
책이 어울리는 독자를 찾아온다는 표현이 참 좋았다. 이 책이 내게 다가왔던 순간들을 떠올리면, 정말 내게 어울리는 독자가 나였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 문장이 너무 좋아서 영어 원서로도 구해서 필사했다.
도시가 줄리엣에게 처음으로 보낸 편지는 몇 번이나 읽었는지 모르겠다.
"친애하는 애슈턴 양,
제 이름은 도시 애덤스입니다. 건지 섬 세인트마틴스 교구에서 농장을 운영하고 있지요.
제가 당신을 어떻게 아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예전에 당신이 갖고 있던 찰스 램의 <엘리아 수필 선집>이 지금 저한테 있습니다. 앞표지 안쪽에 당신의 이름과 주소가 적혀 있더군요.
돌려 말하지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전 찰스 램의 열렬한 팬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책 제목이 ‘선집’인 걸로 짐작건대 작가의 다른 글도 나와 있다는 얘기 같아서요.
다른 작품이 있다면 당연히 읽고 싶은데, 독일군이 건지 섬을 떠났지만 남아 있는 서점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당신에게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런던에 있는 서점 이름과 주소를 좀 보내주시겠습니까?"
책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 그들이 나누는 편지, 그리고 그 편지를 계기로 변화하는 삶.
나는 책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책을 읽고 감상을 나누는 대화가 좋았고 언젠가 편지를 주고받으며 책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내 작은 바람이었다.
"나는 서점을 둘러보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게 정말 좋아요.
그들은 실로 특이한 존재들이에요.
제정신이 박힌 사람이라면 박봉인 서점에서 일할 리가 없고,
제정신이 박힌 주인이라면 서점을 운영할 리가 없죠.
그러니까 그런 일을 하는 이유는 분명 책과 책 읽는 이들을 사랑하기 때문일 거예요."
그리고 언젠가 작은 서점을 운영하는 것이 꿈이다. 책과 인연이 닿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아늑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마치며
책을 통해 연결되는 인연이 아름답고 전쟁의 상처 속에서도 책을 사랑하는 마음이 위로가 된다.
나는 이 책을 읽을 때면 언제나 책을 다시 읽고 싶어진다. 책을 읽고 싶지 않을 때 펼치면 어느새 페이지를 넘기고 있다.
그렇게 독서로 돌아올 수 있게 해주는 책이 있다는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보다 더 쉽게 책에서 멀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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